추수감사절(11월의 4째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에 미국 유통업체들은 파격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판다. 스포츠용품 매장인 '스포츠 오소리티(Authority)'는 평소 90달러짜리 힐리스(Heelys) 신발을 28달러에 팔고, 선착순 100명에게는 최대 300달러짜리 보너스 카드까지 제공했다. 콜스 백화점은 250달러짜리 내비게이터를 80달러에 팔았다.
'도어 버스터(door buster : 문을 밀치고 들어가서 집는 물건)''얼리버드 스페셜(early bird special : 일찍 오는 사람에게만 파는 물건)'등으로 이름 붙인 미끼 상품은 올해 특히 많았다.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 백화점은 지난해 25개에 불과했던 도어 버스터 상품을 올해는 200개나 준비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날을 계기로, 사실상 크리스마스 매출 시즌이 시작되면서 유통업체의 손익계산서가 적자(赤字)에서 '흑자(黑字)'로 반전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Black Friday'가 아닌 'Red Friday'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자, 업체들은 더더욱 파격적으로 물건값을 내렸다.
이 같은 과열 쇼핑 열기는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28일 오전5시쯤 뉴욕주 롱아일랜드 밸리스트림의 월마트 매장에선 종업원 다모어(34)씨가 물밀듯이 들어오는 2000여 명의 쇼핑객들에게 밟혀 사망했다. 28세의 임산부를 포함한 4명도 이 와중에 다쳤다. 모두들 삼성의 50인치 PDP HDTV를 798달러에 사려고, 말 그대로 미쳤기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의 토이저러스 매장에선 두 여자가 언쟁을 벌이다가 곁에 있던 남자들이 끼어들면서 서로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졌다. 예년에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밀려드는 고객들로 소동과 몸싸움은 있었지만, 사망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와중에 치른 유별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열기로, 유통업체의 매출은 예상보다 좋았다. 시장조사업체인 쇼퍼트랙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106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 늘었다고 잠정 집계했다.
유통업체들은 또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뒤 맞는 첫 번째 월요일인'사이버 먼데이'에 대대적인 온라인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이버 먼데이'는 연휴기간에 물건을 사지 못하고 출근한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날이라는 뜻.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로 이어지는 쇼핑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통업체의 홀리데이 매출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쇼핑 열기는 나중에 할 소비를 먼저 당겨 쓰도록 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WS저널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쇼핑의 시작이 아니라 올해 쇼핑을 끝내는 행사로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